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 2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야 하는 법이 통과된 이후로 슬슬 2년째가 되어가면서 비정규직 보호법이 뜨거운 감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게 된 이유는 "고급인력"이 같은자리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더이상 오르지 못하는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 입니다.
비정규직보호법은 같은 작업장 내에서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급여상에서의 차별이나 기타 근무환경에서의 차별을 막고, 안정된 고용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입니다.
고급인력이 승진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 아닙니다. 고용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된 법이라는 거죠.
이랜드에서 농성을 벌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급인력"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업무를 맡고 있던 사람들 입니다. 물론 같은 일을 2년간 반복해오면서 그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어있을지언정 정규직으로 변환된다 하더라도 자기가 하던 업무 말고는 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입니다. 설령 카운터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2년간 해온사람이 정규직으로 전환 된 뒤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업무 보고]등을 작성해서 그게 대박을 터뜨려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 받아 카운터 업무 사상 최초 연봉 5000만원 달성이라는 목표같은 것은 없고 오직 평생 안짤리고 그저 한달에 150만원 받는거나 지켰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요구하는게 무언지 알고 계시는것 같네요. 안짤리고 평생 150만원이라 하더라도 그돈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고 다니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고용의 보장을 요구하는 셈이죠.
홈에버 같은 대형 매장의 정규직들이 무슨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물건이 들어와야 고객을 끌어 들일 수 있으며 세일률을 얼마나 잡아야 이익도 극대화 시키고 고객도 끌어들이는지, 어디에서 어떤 물류를 사용해야 부대비용을 절감하고 물건을 파악 하는지, 검증 안된 신상품은 배치 해야 하는지 아닌지, 각종 음료수 회사, 과자회사들에게 찾아가서 어떻게 보급을 받겠다든지, 유통기한의 설정은 어느정도 해서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지, 각 회사별 재고량은 얼마나 남아서 언제 세일을 터뜨려야 하는지 매일같이 고민하는게 대형매장의 정규직들입니다.
그런 치열한 머리싸움 속에서 살아남는것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고용의 안정을 보장해 주기 위해 회사에서는 그런 "고급인력"들을 정규직으로 채용 해 주는 것입니다.
법이 제정 되었습니다. 2년동안 일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 해야 한다는 법을 다시 해석하자면 2년 전에만 짤라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법이 제정된 것입니다. 2년전에 함부로 못짜르게 법을 또 만들어야 하지 않냐고 주장한다면 그건 더욱더 자신이 일할 자리를 없애달라고 주장하는것과 같습니다. 사람을 뽑아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 기업은 아예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2년전에 함부로 못짜르는법이 제정된다면 아예 고용조차 안하면 됩니다. 그럴수록 정규직들은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고 더 많은 돈을 받게 될 것입니다. 고용을 하지 않으면서 절약되는 비용을 기존에 일하고 있는 정규직들에게 더 많이 나눠주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점점 가속화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익이 많이 남는다고 해서 정규직에게 그 이익을 환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될 뿐이죠.
글을 쓰신 분과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회사 대표이사라면, 저런 사태까지도 가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해고했을까요? 돈이 많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훨씬 싼값에 인력을 착취할 수 있는데 굳이 비싼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마인드때문인거죠. 부익부 빈익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입니다.
근로자와 회사의 오너에게 해당되는 말이죠.
그런의미에서 이랜드 직원들이 건물을 장악해서 시위를 한것은 잘못 된 것이며 범죄자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엽집 아저씨가 우리집 들어와서 우리집 식구들 다 내몰아 놓고 "나는 이집에 들어와서 손실 되게 만든 것은 하나도 없으며 평화적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고 말해봐짜 그것은 불법 침입죄가 됩니다. 경찰도 영장 없이 그런짓 했다간 처벌 받습니다. 그러고보면 이랜드는 그 "범죄자"들을 일주일도 넘게 봐주고 있던 착한 사람들 이군요?
아직 비정규직 보호법이 생긴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그 개념을 잘 못잡고 있는것 같습니다만, 필리핀 같은 후진국도 이미 6개월 이상 근무한 사람들에게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는 노동법을 실시 하고 있습니다. 2년인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초 단기 승진을 한다는거죠. 하지만 결국 그들은 6개월이 되기전에 짤립니다.
그러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벤치마킹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일 했던 경력을 쭉 기록 해옵니다. 그리고 6개월뒤에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넣습니다. 새롭게 이력서를 넣은 회사 역시 기존에 다니던 사람이 관두게 될테고, 인력 수요가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삼성 - 엘지 - 현대 등등등의 전자기기 업체에서 계속 돌고 돕니다. 그러면서 경력이 쌓이는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선 지금 수원 화성역에 있는 뉴코아 아울렛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게다가 카운터에 계시죠. 2년전에는 애경백화점에서 일하셨고 4년전에는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일하셨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우리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활용하고 계십니다. 갤러이아백화점에 이력서를 내실때 "애경백화점 2년 경력"은 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경력이었고, 지금 뉴코아에 비정규직으로 또 들어가실 때 "백화점 4년경력" 역시 매력적인 경력 이었습니다.
모든 업체가 2년이 되기전에 직원을 자른다는 의미는, 2년이라는 싸이클로 인력시장이 개방된다는 뜻과 같습니다. 홈에버에서 2년 일하다가 계약이 끝나게 되면 그 2년 경력을 가지고 이마트에 노크 하세요. 어차피 이마트에서도 2년동안 일했던 비정규직원들이 빠질 상태 입니다. 그 이마트에선 초보를 뽑기보다 2년이나 같은 업계에서 일한 당신을 더 선호 할 것입니다. 이마트에서 또 2년뒤에 계약이 끝나면 다시 홈플러스에 노크 하십시오. 그렇게 2년 싸이클을 좋게 활용 하세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2년이라는 기간은 다른 나라들 보다 노동자들에게 훨씬 유리한 법이라는것을 잘 활용하는 사람만이 성공합니다.
수요와 공급이 1:1로 균형되게 유지된다면, 말씀하신 논리가 백번 옳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수요보단 공급이 과다하게 많은 현실이거든요.
결국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언제 정리 해고될지 모르는 환경에서 일을 계속 해야된다는 말입니다.
어머님이 그렇게 하고 계신다고 하셨죠? 한번 여쭤보세요.
2년단위로 직장 옮기시니까 좋으시냐고? 계속 한 직장만 다니면 더 좋지 않으시겠냐고...
시야를 넓게 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마트는 이번에 전부 정규직 채용 했다고 하죠? 이제 이마트에는 정규직이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비정규직 조차도 취직 할 수 없는 폐쇄적인 기업이 된 것입니다. 당신이 살고있는 마을에서 돈을 거둬들이지만, 당신들이 살고있는 마을 사람들은 거기서 일하지 못하기 때문에 임금으로 풀리는 돈은 없어집니다. 이마트에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면서 지역 사회에 지출되어야 할 세금들이 이제 다른 곳으로 들어가게 된거죠. 그리고 그들이 정규직으로 되었다고 해서 과연 "전략"을 짜고 "마케팅 계획"을 잡는 신입사원들과 동급으로 취급 받을까요? 아마 매년 그 카운터에 있는 정규직들은 인사고가에서 최 하위 점수를 받고 최 하위 연봉을 받는 만년 사원 에서 벗어나기 힘들 껍니다.
인력시장의 폐쇄를 얘기하셨는데, 정규직으로 채워지게 되면 인력시장이 폐쇄되는건가요? 시간이 지나면 정년퇴직 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의에 의해서 퇴사를 하는 사람들도 발생하게 됩니다. 걱정하시는 그런 인력시장의 폐쇄논리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그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임금을 받는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들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다고 해서, 무슨 연봉 4천, 5천을 요구하는게 아닙니다.
그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안들리십니까?
"고용의 안정!" 입니다.
이랜드가 맘에 안드시면 이랜드 불매운동을 벌이세요. 불법적으로 하지 말고 합법적으로 하세요. 전 당신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동안 홈에버에서 세일 가격을 더욱 낮추게 되어 사람들을 더 확실하게 끌어모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 거기 이랜드 가서 물건 사겠습니다. 국익과 나라를 위해서 미국소고기, 미국쌀 같은 문제는 비싼돈 주고 우리나라쌀을 사는 운동엔 동참 할 수 있겠지만, 해결책이 있는데도 다르게 밀어붙이는 운동에는 동참 할 생각이 없습니다.
불법 점거해서 경찰들한테 질질질 끌려다니는 집회는 하지 말고 집회시위 정식으로 등록해서 요청하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시위 하세요. 당신들이 지금 이대로 똑같이 변하는게 없다면 쓰데없는 짓들만 되고 있다는걸 아셔야 합니다. 법이라는 것은 깡패들이 대법원장 잡아다가 고문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이 어쩌구, 열린우리당이 어쩌구 하면서 정치판 탓하지 말고 당신들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펼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세요. 제가 이렇게 예를 들어드린것 말고도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건투를 빌겠습니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하는 시위의 성격을 확인해보셨습니까? 그들이 요구하는게 무엇이던가요? 평화적인 시위요? 좋지요 그렇게 해서 정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들도 굳이 힘들게 폭력적인 시위를 하지는 않을겁니다.
당장 생계가 달려있는 그들에게 대화할 수 있고 그들의 처한 환경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들이 결국 그러한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글을 쓰신분의 논리는 이상적인 환경에서라면 정말 지극히 옳고 바른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그런 탁상공론의 느낌이 강하게 느끼는건 저뿐만이 아닐것이라고 봅니다.
반박하고자 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보니 별도로 포스트를 작성해서 트랙백을 보냅니다.
우리나라 법은 힘없는 자 보다는 힘있는 자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결국 힘없는 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당신이 얘기하고 있는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입니다. (※ 폭력이 정당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불매운동을 권유하셨죠? 그런데 매장에서 싸게 쎄일을 하면 얼씨구나 하고 사러 가시겠다고요? 전반적으로 글을 읽다보면 약올리고 있는것으로 밖에는 안보입니다.
강건너 불구경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쓰지 마시고,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조금만 더 생각하셨다면 이런 글이 안나왔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말에 오류가 있다면 남겨주시면 답글 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