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식점에 갔을때 식탁을 치우는 사람이 테이블의 음식 처리를 어떤식으로 처리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앞서 다녀간 손님이 손대지 않고 남긴 음식이 다시 내가 먹는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이다.
남은 음식을 모두 큰 그릇에 담아 치우는 경우 안심하고 밥을 먹지만, 남아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담아서 다시 주방으로 가져가는 식당의 경우는 밥을 먹는 내내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식당에서는 남은 음식을 모두 다 섞어서 재활용 하지 못하게 하고 나온다. (식당 입장에서 보면 나는 죽임놈일게다.)
헌데, 몇일전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라는 프로에서 음식점의 남은 음식을 다시 다른 손님의 테이블에 다시 제공하는 실태를 고발해서 많은 소비자들이 충격을 받은듯 하다.
사실 심적으로 추측하고 있던 내용을 실제로 TV 화면을 통해서 확인하고나니 그 찜찜한 기분이 더해졌으리라.
이 포스트를 작성한 이유는 음식점의 음식물 재활용과 관련해서, 음식물 재활용이 당연하다는 투로 글을 작성한 블로거의 글을 보고나서 댓글로 그에 대한 반박글을 작성하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져 별도의 포스팅을 작성하게 된 것이다.
해당 블로거(돼지털님)는 본문에서 3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서, 음식점의 음식물 재활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꼬집고 있었다.
1. 앞서 먹은 사람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먹느냐.
2.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이나 먹어야 할 정도로 내 처지가 궁핍하지는 않다.
3. 나는 밥값 반찬값 다 냈는데, 식당 주인은 내가 낸 돈만큼 음식을 장만한 것이 아니라 앞 사람이 낸 돈으로 장만한 음식을 내놓았으니 폭리를 취한 것이다.
처음은 위생 문제이다. 음식을 먹다 보면 수저에 침이 묻을 수도 있고, 그게 음식에도 묻어있다가 다음 사람이 먹을 때 병균이라도 있었다면 전염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안 그러면 좋겠지만, 결벽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항상 혼자 식당에 가서 혼자 밥 먹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따로 자기만의 음식을 차려 달라고 한다든지...
두번째는 신분 문제이다. 조상들이 얼마나 양반에게, 어른에게 핍박받았으면 아직도 '내가 냅네'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남이 남긴 음식 받아 먹는 것이 그렇게 내 자존심을 짓뭉개는 일이던가?
세번째는 본전 생각이다. 지금처럼 몰래 재활용하게 하지 말고, 밑반찬이라고 정하던지 해서 떳떳하게 재활용 하게 해주고 밥 값을 깎는 것이 더 본전을 확실히 챙기는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의 내용을 왜 국민의식과 연관시켜 비하시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식당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음식물 재활용이 아닌 다른 방법을 강구하도록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서 내가 먹을 음식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한 상태에서, 남이 먹다 남겼을지도 모를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는 내 처지가 궁핍한 것을 문제삼는게 아니라, 식당에서 나에게 깔끔한 음식을 제공하기를 원하는 것인데 그것이 양반 상놈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얘깃거리가 되는 것인가?
"정부가 한쪽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될 것을 다시 식탁에 차린다고 단속하려 나설 것 같다. 그렇지만, 현행 법으로는 반찬을 다시 차려낸다고 단속하고 처벌할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억지를 써가며 단속한다면 반발만 살 것이고, 소송 붙으면 정부가 질 게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라는 얘기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법제도를 정비해서라도 음식점에서 음식물을 재 활용하는 일이 없도록 처리해야 할 것이다.
돼지털님처럼 밥값 적게 내고 남이 먹다 남긴 반찬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