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대한민국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광우병 사태가 겹치면서 온통 촛불로 뒤덮였었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한번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에 "멜라민"이라는 화학물질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멜라민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
멜라민과 관련하여 국민들이 또다시 촛불을 들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 이를 바라보는 2가지 상반되는 시각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글을 읽는 당신은 누가 바라보는 시선이 옳다고 생각하시는지?
◆ 전여옥이 바라보는 시선
이제 촛불은 없다.
존경하는 영등포구민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
미국 월가의 위기부터 중국 멜라민파동까지 온 세계가 한마디로 들끓고 있습니다.
미국만의 문제나 중국만의 문제는 이제 없다는 이야깁니다.
세계가 그야말로 '평평'해지면서 단 1초의 시차도 없이 움직이는 세상이 된 셈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없이 사는 실험을 한 언론인의 글-참으로 힘들고도 고통스러웠다로
마무리 될 정도로 '중국산 제품'은 세계의 공장에서 무제한 생산돼 전 세계를 덮고 있습니다.
지난 8월 8일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열면서 전 세계를 향해 '위대한 중화'를 뽐내며 한마디로
포효했습니다. 저 역시 그 베이징 올림픽개막식을 지켜보며 앞으로 중국의 거대한 용틀임에
세계가 움찔하기도 하고 물러서기도 하고 때로는 맞대응하면서 '대중화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도 잠시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은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기분유파동에서 맨처음 드러난 멜라민문제는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에 쏟아부은
돈과 정신과 기개를 다 헛수고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아무리 베이징올림픽을 그리 대단하게 치르면 뭐하겠습니까?
아기들의 분유와 과자에 멜라민을 넣을 나라라면 말입니다. 결국 사람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이며 진정한 '세계의 중심'이라는 점을중국은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중국의 멜라민파동에 대해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이 '왜 중국 멜라민파동에 대해 촛불데모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미국에 사시는 재미동포로서 충분히 물을 수 있는 질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광우병촛불시위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허위와 거짓으로 선동한 이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현실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반미와 좌파논리를 거름으로 한 이들의 폭력성과 반법치주의가
얼마나 한국사회를 피폐하게 했는가를 우리 온 국민이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이제 촛불은 없습니다. 더 이상 허위와 날조와 선동으로 밝혀질 촛불은 없는 것입니다.
어제 한 언론인과 점심을 하면서 늘 하던대로 나라걱정을 했습니다.
'과연 이 대통령이 이 위기를, 잘 넘길까요?'
그러나 그 분은 '잘 될 것이니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눈이 동그라진 제게 명답은 주었습니다.
'국민이 이제 현명하니까, 국민이 도와줄 것이라고'말입니다.
다시 기운내고 씩씩한 한 달 시작하시길-
10월 첫날에 전여옥올림
◆ 진중권 교수가 바라보는 시선
맹구가 운을 띄우자 옆에서 맹순이가 장단을 맞춘다. 우리의 전여옥 의사. 듣자 하니 자기 블로그에 그 질문에 나름대로 해답을 올려놓았단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허위와 거짓으로 선동한 이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현실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거, 나름대로 머리 많이 써서 작성한 답안이다.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멜라민에 대해서는 촛불집회가 안 일어나는 걸까? 뇌의 재료로 단백질보다 석재를 선호하는 특이한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물음에 좀 다른 식으로 대답해 드리겠다. 즉 멜라민에 대해서도 촛불집회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열거하는 거다. 경우에 따라서는 멜라민 사태에 대해서도 촛불집회가 일어날 수 있다. 한번 그 조건을 열거해 볼까?
1. 중국 정부에서 멜라민 든 식품을 계속 수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에서 핸드폰이나 자동차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2. 이명박이 후진타오와 사진 한 방 찍고, 지금 내려진 멜라민이 든 중국산 식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결정한다.
3. 앞으로 중국에서 멜라민 먹고 사람이 죽을 경우에도 계속 중국산 식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검역 및 통관 절차를 대폭 완화한다.
4. 이명박 정부에서는 주요 일간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광고를 내어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5. 정부 측 전문가들은 방송에 나와 멜라민 든 식품 먹고 죽을 확률은 골프 치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6. 심재철 의원은 중국산 분유라도 멜라민이 들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가루만 살살 빼서 먹으면 절대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7. 전여옥 의원이 뉴라이트 단체와 함께 중국 대사관에서 먹는 커피크림을 구해다가 모닝커피 시음회를 연다.
만약에 멜라민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가 이렇게 쇠고기 정국 때와 같은 행동을 보여준다면, 그때는 아마 촛불 정도로 그치지 않고 아마 길거리에 화염병이 날아다닐 게다. 정 못 믿겠으면, 실사구시 정신으로 한 번 실험을 해 보든지. 전여옥 의원님, 이렇게 얘기해 드렸는데도 이해가 안 되시거든, 그때는 두뇌를 'Format:C'해서 새 인생 사시거나, 아니면 이승은 포기하고 내세를 기약하세요. 전, 바빠서 이만….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